세침검사를 받고 약 2주 후인 5월 3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처음엔 2동 2층 암센터에 가서 첫 접수를 하고, 가져온 초음파 CD를 제출했다. 그리고 들고온 세침검사결과지와 세침검사 세포표본은 진료시 제출했다.
난생처음 와본 암센터는 생각보다 우울한 느낌은 아니었다. 대부분이 나이드신분들이었고, 간혹가다 어린애들도 있었지만, 20대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게 얼마 기다리지 않아 외래진료를 보게 되었는데, 교수님이 매우 친절했다. 보통 병원에서 느끼지 못했던 여유로운 진료와 수술방법의 종류, 받았던 환자들의 예후는 어떤지 등등을 친절히 알려주셔서 나도 침착해지는 기분이었다.
수술날짜는 목을 절개해서 직접수술하는 방법과, 로봇으로 양쪽 겨드랑이와 유륜부분에 연필이 들어갈만한 구멍을 뚫어서 하는 로봇수술 두가지 선택지로 잡아주셨으며, 고르는건 3-4일 내로 결정해서 알려달라고 하셨다.
나는 기존 갑상선수술 후기들을 읽어보고 간거라 절개로 할생각이었다. 회복도 빠르고, 직접적으로 하다보니 확실하다 생각해서 그랬는데, 선생님이 설명한걸 들어보니 로봇수술이 후유증도 적고 더 안전한 수술이라고 하셨다. 절개에 비해 가격이 3배일뿐... 그렇게 영업아닌 영업을 당해 로봇수술로 나는 당일에 정했다.
이후 신환상담실? 에서 상담을 하며 필요한 서류들을 신청할 수 있었고, 회사에 필요한 진단서와 얼마간의 휴식이 필요하다는것도 이때 말을해서 2주를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원무실에서 중증환자 등록이 되었다. 중증환자 등록이되니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된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여러 검사들을 받으러 돌아다녔다. 채혈, 심전도, x-ray, 초음파 등등... 마지막으로 CT검사를 받으려고 기다리는데, 주변에서 엄마와 나를 보며 환자가 내가 아닌 엄마인줄 알다가 엄마가 아들때문에 왔다고 하니깐 "아이고 !"하고 안타까워하셨다. ㅋㅋㅋ
CT검사는 갑상선뿐만아니라 근처 다른곳에도 암이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예전에 군대에서 심하게 장염에 걸렸을때 찍어본적 있어서 딱히 무섭지는 않았다.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조영제를 주사로 몸에 넣는데, 이때 몸이 굉장히 뜨거워지면서, 혀에서는 이상한 쇠 맛이 나고, 말할 수 없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된다.
그렇게 CT검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다.
주변 지인들에게 암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대부분이 굉장히 놀라며 엄청난 환자처럼 대했다. 근데 사실 난 딱히 멘탈에 영향이 가지않았고, 그러려니 했기때문에 오히려 이런 반응들이 불편했다.
'난 지금 엄청 건강한데...!'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내 주변 지인이 암에 걸렸다고 하면 굉장히 걱정할것 같다. 그래서 그냥 감사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도 사람들이 엄청 챙겨주었다. 집 주변에 사는 셀장님이 맛있는거 많이 먹어야한다고 코스트코에도 데려가주셨고, 재택이라 점심을 잘 먹었는지도 걱정해주셨다. 그리고 셀내에서 여유 있는 사람을 찾을때 내가 한다고 했지만, 셀장님이 뭐 하고있는거 있지 않냐면서 다른사람에게 일을 넘겼는데, 그 당시에는 '음 여유있는데 이상하네~' 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팀장님이 소식을 듣고 엄청 걱정하시며 잘 챙겨주라고 해서 그런거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듣게 되었고, 셀장님과 회사선임분들이 되게 센스있게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렇게 살아오면서 느낀건 암사실을 사실 마냥 숨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회사생활을 하며 지내오니 입원 날인 6월 23일이 되었다.
나는 퇴원후에 본가에서 지낼 생각이라 짐을 다 싸고,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입원을 하기전 집근처 맛집에 가서 엄마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즐기다가 병원에 갔다. 코로나라 같이 입원하는 보호자도 밖으로 출입이 불가능해서 엄마와 3박4일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입원 첫날엔 원무과에 가서 입원수속을 밟고, 병원생활에 관한 교육을 받은 후 병실로 올라가게된다.
나는 병실을 2인실 - 5인실 - 1인실로 후보를 두고 신청했는데, 역시나 5인실로 당첨이 되었다. 게다가 난 내분비외과쪽인데 신경외과병실로 당첨이 되었다. 사실 어딜가나 5인실은 똑같은데 위치가 화장실 옆 5번자리여서 5인실 중에서도 가장 작은 자리였다. 그래서 간호사실에 문의해서 다른 5인실로 부탁을 드렸고 다음날 외과 5인실 1번자리를 갈 수 있게됬다.
만약 분당서울대병원에 입원하게 된다면 1, 3, 4번자리가 넓은 자리이고, 2번은 사이에 낀자리, 5번은 좁은 자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입원 첫날에는 체혈, 항생제 알레르기 테스트, 회진, 수술부위 체크, 간호사와 간단한 상담? 을 진행했고 저녁에 체혈한 주사부위에 링거를 연결해주셨다.
회진할때 오랜만에 교수님을 뵜는데, 수술전날이라 딱히 설명해 주실건 없었는지 수술 잘해주겠다고 하셨다. 나는 혹시나 해서 다른곳에 전이가 됐는지 여쭤봤는데 따로 이상은 없었다고 했다.
수술 순서는 2번째 아니면 3번째 였는데, 3번째로 하게 되었고, 아마 점심쯔음에 수술하게 될거라고 했다. 이게 전사람의 수술이 끝나고 하는거라 정확한 시간을 잡을 수 없다고 하셨다. 그렇게 교수님은 가시고 나는 병원에서 할게 없어서 엄마와 함께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봤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병실에서 보니깐 드라마 세트장에 들어온것 같고 굉장히 재밌었다. 혹시 아직 입원준비중이고, 슬의생을 보지않았다면, 꼭 입원해서 보길 추천한다. 병실에서는 생각보다 할게 너무너무 없기때문에 이런 볼것들을 정해놓고 가는게 좋을것 같다.
그렇게 입원 첫날 밤의 하루가 지났다.
수술 당일 00시부터 금식을 시작했다. 사실 금식한다고해서 크게 배가 고프거나 하진 않았다. 그저 옆자리 보호자가 코를 너무 고는게 힘들었을뿐...
그렇게 자다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니 아침이 되었다. 아침이 되어도 사실 딱히 할게 없어서 그저 멍하니 자리에서 시간을 떼웠다.
12시 50분쯤 나를 수술장에 데리러가시는 분이 오셨다. 나는 매우 건강한 상태?라 잘 걸을 수 있었지만, 수술장에는 누워서 가야한다. 수술장으로 가기위한 침대에 누웠고, 데려가시는 분이 굉장히 열심히 나를 얇은 이불로 감싸주셨다. 약간 관에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환자용 엘레베이터에 탑승을 했다. 같이 내려가는 엄마가 긴장을 한것 같아 긴장을 풀어주려고 여러 장난을 쳤다. 사진한번 찍어서 가족톡방에 올리라고, 윙크하면서 사진도 찍고, 말장난도 하면서 내려갔다.
사실 매우매우매우 긴장이 됐지만, 내가 여기서 긴장감에 눈물을 흘리면 엄마가 더 걱정하실게 뻔하다. 그래서 꾹 참고 수술장 입구에서 엄마한테 "잘 다녀올게~" 하면서 윙크한번 해주고 들어갔다.
드디어 혼자가 됐다.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긴장감이 들었지만, 나이 27살... 울순 없었다. 그래서 생각나는 노래들을 흥얼거리면서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조금 기다리니 수술방간호사님이 오셨다. 이름, 생년월일, 어디 수술하는지, 무슨 수술하는지 물어보셨고 항생제 주사를 놔주셨다. 속이 메스껍거나 어지럽거나 구토감이 느껴질수있는데 느껴지면 말하라고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구토감이 느껴졌지만, 심한건 아니라 그냥 꾹 참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간호사님들이 수술방으로 옮겨주셨다.
수술방에 도착하고, 수술침대로 이동하는건 나의 몫이었다. 좁은 수술대에 올라가니 등이 매우 따뜻해서 놀랬다. 수술방이 추워서 긴장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하나도 춥지않고 따뜻했다. 그리고 팔 다리에 혈압측정계를 장착하고, 마취확인을 위한 머리에 뾰족한 침이달려있는 스티커도 붙이고 각종 기기들이 부착됐다. 잠시 후 마취하시는분이 산소마스크를 대주셨고, 매운 향이나서 기침을 몇번했더니
"기침이 좀 날 수 있어요~"
를 듣고 눈감았다 뜨니 수술이 끝나 회복실에 있었다. 가슴엔 압박붕대를 감고있었고, 왼쪽 겨드랑이 부분으로 배액관이 나와서 배쪽에 피주머니가 달려있었다. 간호사님이 깬걸 확인하고 심호흡을 많이 하라고 하셔서, 심호흡을 의식적으로 많이 했다. 후기보면 이때 마취때문에 잠이 엄청 온다는데, 사실 잠은 하나도 안왔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시간을 보니 4시였다.
일어나서 가장 불편했던건 목이 아예 움직이지 못할정도로 뻣뻣해져서 혼자서 눕거나 일어나는게 불가능한게 힘들었다. 그리고 가슴이 굉장히 뜨거웠다. 그래서 나오면서 엄마한테 가슴이 뜨거운 남자가 됐다며 장난을 치며 엄마의 긴장을 풀어주려고 했다.
나와서 병실에 올라가니 4시 30분였다. 그리고 간호사가 와서 2시간인 6시 30분까지는 절대 자면 안되고, 아무것도 먹으면 안된다고 했다. 엄마랑 노닥거리고,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하면서 6시 30분이 되길 기다렸다.
6시 30분, 물부터 마시는데 목안쪽이 목감기처럼 심하게 부어서 삼키는게 힘들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이 좋다고 해서 아이스크림을 지하 1층 아이스크림집에서 사왔는데 정말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딱 운좋게 저녁시간이라 저녁도 죽으로 잘 먹었다. 8시 즈음 부터 뭔가 몸에 기운이 쑥 빠지는거 같아서 한숨잤더니 또 괜찮았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고, 밤에 저녁을 너무 잘먹어서 링거는 뺐다. 그리고 체온이 37.7~8도 나오면서 안떨어졌는데, 간호사님이 산책하고, 심호흡을 좀 하면 떨어진다 했다. 그래서 잠이 안와서 계속 병동을 돌아다니며 산책을 하다 방에와서 잠을 잤다.
다음날이 되니 몸상태가 아주아주 좋아졌다. 당일까지만 해도 혼자서 눕고 일어나는게 불가능했는데, 요령이 생기니 혼자서 눕고 일어나고 했다. 그리고 잠을 길게 못자서 몇번씩 자다 깨다를 반복했는데, 한번씩 잘때마다 몸상태가 좋아져서 진짜 신기했다. 근데 다른 불편한게 생긴게, 누워서 자면 가래가 너무 껴서 자다가 불편해서 한번씩 깼다. 하지만 삼키는게 아파서 삼킬때마다 용기가 살짝 필요했고, 기침과 가래뱉기는 하지말라고 해서 할수가없았다.
그래도 계속 몸상태가 좋아져서 나중에는 어제 수술을 받았던게 맞나 싶을정도였다. 절개보다 로봇수술이 회복이 느리다고 했는데, 이게 느린거면 절개는 얼마나 빨리 회복하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중간에 엄마와 갑상선암 로봇수술 영상도 있어서 유튜브에서 구경했다. 혹시 로봇수술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면 보면 좋을것 같다.
그렇게 병원에서의 마지막날을 보내고 퇴원날이 되었다.
퇴원날에는 더더욱 몸상태가 좋았고, 배액관을 제거하고, 가슴압박붕대를 풀었다. 그리고 간호사님께 약과 복용방법, 차후 관리에 대해서 듣고 옷을 갈아입고 퇴원을 하게됐다. 퇴원하기전 옷갈아 입으며 가슴을 보니 절개부위에서 갑상선부분까지 로봇팔이 지나간자리에 누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뭔가 멋있다.
수술비는 대략 850만원정도가 나왔고, 주차비는 3박 4일 입원인데, 지상에 주차했고, 입퇴원날은 무료, 이외에는 24시간에 만원이라 2만원을 정산하고 나왔다.
이렇게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금까지 일주일이 지났다. 수술 후 약 3일정도 지나니 사실상 몸상태는 7-80% 돌아왔고(목 제외),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사실상 90%돌아왔다. 삼키기 불편한것도 3일정도 지나니 괜찮아졌다. 수술한 부위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고, 눕거나 일어날때만 목이 불편했다. 매일 밤 자기전에 약이랑 물을 준비해두고, 아침 7시 반에 알람에 맞춰 일어나자마자 약을 먹고 바로 다시 잤다.
이렇게 수술을 받고나니 큰산을 넘은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수술 받기 전과 지금의 내가 제일 달라진 점은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다.
갑상선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0.4%라고 한다. 어째서 100%가 넘는지, 죽은사람이 살아나는건가 싶겠지만. 일반인이 5년 생존하는것과 비교해서 생존율을 계산하기 때문에, 수치상으로는 일반인보다 더 잘산다는 말이다.
근데 이 말이 갑상선암에 걸리면 더 잘산다는게 아니라, 비교적 가벼운 암에걸렸고, 걸렸던 사람들이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더 잘사는거라고 한다.
나도 이번기회에 굉장히 다양한 암에대한 칼럼과 논문을 읽었고, 암이라는게 확률싸움이지만, 앞으로 살아감에 있어 최대한 그 확률을 줄여보고자 한다.
앞으로 매일 아침마다 약을 먹으며 투병아닌 투병생활을 해야하지만,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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